연탄재를 함부로 걷어차지마라.
너는 남을위해 뜨겁게 몸을 불사른 적이있는가?
백사마을 연탄재를 보고 이런글이..
ㅎㅎㅎ
90년대 초 중반까지도 대학교 앞 자취방은 대부분 연탄 보일러였습니다.
연탄불 꺼먹고 번개탄으로 불을 붙이거나 자취방 주인할머니한테 불붙은 연탄을 빌리곤 했었습니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침낭에 이불을 몇 겹 뒤집어쓰고 겨울 밤을 나기도 했었습니다.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시작은 연탄재로 시작합니다.
첫번째 시가 가장 유명하죠.
시작부터 묵직한 스트레이트 한 방을 먹입니다.
연탄불을 갈아본 사람들이라면,
눈이 천지를 뒤덮은 겨울 언덕길에 연탄재를 으깨어 깔아놓던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술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괜시리 연탄재에 시비를 걸어본 사람들이라면,
복부에 펀치를 맞은 것처럼 숨이 막힐지도 모르겠습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두번째 시에서는 좀 더 부연 설명을 합니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도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인생은 본질적으로 외롭고/
높고/
쓸쓸한가 봅니다.
그래서 삶은 더욱 더 뜨겁고/
낮게/
으깨어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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