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영업양도와 권리금
-나에게 가게를 판 주인이 길건너에 같은 가게를 개업했다면
보통 '권리금'이라고 하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문제되는 경우가 언론 기사로 많이 나옵니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건물과 관련해서 진행된 명도소송에서 권리금 분쟁은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 권리금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영업을 양도한 전(前) 임차인과 영업을 양수한 임차인 사이에서도 많이 문제가 됩니다.
최근 커피숍 주인과 창업컨설턴트가 부풀려 말한 매출액을 믿고 커피숍을 운영했다가 파산 한 경우, 양도인과 컨설턴트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이 나와서 화제입니다. 양도인인 A씨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권리금 1억 4천만 원에 양수해 영업을 해오다, 장사가 잘 되지 않자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가게를 매물로 내 놓고 창업컨설팅 업체에 양수인을 찾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업컨설턴트는 매출을 부풀려서 양수인 B씨를 구했고, 이 부풀려진 매출에 혹한 양수인 B씨는 커피숍을 인수하면서 권리금 8천만 원을 A씨에게 지급하였습니다. A씨는 창업컨설턴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였습니다.
양수인 B씨는 커피숍을 잘 운영해 보려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결국 임대인에게 월세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여 명도소송을 당하게 됩니다. 이에 B씨는 "잘못된 매출 정보로 커피숍 양수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라는 이유로 양도인 A씨와 창업컨설턴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권리금인 8천만 원이었습니다.
1심 재판에서 양수인 B씨는 소송에서 패소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세금 절감을 위해 매출액을 축소하는 음성적 관행"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양도인 A씨와 창업컨설턴트가 B씨에게 과장된 정보를 제공해 속인 것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2심 재판에서는 원고인 양수인 B씨의 일부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승소금액은 원고가 청구했던 8천만 원의 절반인 4천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도인이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할 로얄티를 면제 받았기 때문에 매출액을 축소할 이유가 없고, 거래 관념에 비추어 커피숍이 흑자였다면 양도인 A씨가 1년 정도를 운영한 후, 자신이 가게를 인수할 때 지급했던 권리금 1억 4천만 원의 절반이 약간 넘는 금액으로 다시 커피숍을 양도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양수인 B씨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커피숍의 영업 상태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점"을 들어 피고인 양도인 A씨와 창업컨설턴트의 배상액을 원고 청구액의 50%인 4천만 원으로 제한하였습니다.
이처럼 권리금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손해배상액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저희 회사에서도 유사한 소송 사례가 있었습니다. 광진구에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H 수학학원"을 운영하던 H씨는 이 학원과 관련된 영업권 및 시설일체를 대금 1억 8천만 원에 K씨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이 1억 8천만 원은 당시 학원의 임대차 보증금인 9천만 원과 권리금 9천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H씨와 K씨는 학원 양수도 계약서에 "경업금지(競業禁止)"약정을 넣었습니다. 이 경업금지 약정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경쟁업종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입니다. 이 경업금지 약정은 여러 곳에서 사용될 수 있는데, 그 한 가지 예가 근로자와 회사 간의 계약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고급관리직이나 회사의 영업비밀, 핵심 기술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쟁업종에 취업하거나 동일업종의 회사를 차리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 경업금지 약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물론 회사와 근로자 간의 경업금지 약정은 회사의 영업상 기밀이 보호가치가 있는 경우에 적용이 되고, 그 기간도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업금지 기간을 무제한으로 하면, 근로자는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경업금지 조항은 영업의 양도 양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게의 영업 노하우, 핵심 인력, 기존의 고객 때문에 영업양수를 결정하고 대금을 정하였는데, 근처에 다른 가게를 차리는 경우에는 양수인으로서는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곱창집을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인수하였는데, 곱창집의 전 주인이 바로 길 건너편에 또 다른 곱창집을 개업한다면, 양수인으로서는 너무나 억울할 뿐입니다. 그래서 영업장을 양도, 양수하는 계약에 있어서 경업금지 조항을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서, H씨와 K씨 간의 학원양도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원을 양도한 뒤 1년 6개월 후에 H씨는 양도한 학원에서 3.7km 떨어진 곳에서 같은 학원을 차려서 운영하게 됩니다. 결국 양수인 K씨는 양도인 H씨에 대하여 위약금 1억 8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원고인 K씨는 피고 H씨가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했으므로 계약서에 기재된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반면에 피고 측은 경업금지 약정이 민법 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규정’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또한 위약금도 지나치게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업금지 약정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경업금지 약정과 같이 일방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상태에서 체결된 것이 아니라 대등한 사업자 간에 체결한 약정이라는 점과 상법 제41조 1항에도 10년간 동일한 특별시 등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약금 약정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배상 금액과 관련하여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배상액이 과다하다고 보아서 감액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1, 2심 모두 원고의 승소금액을 7천만 원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원고와 피고가 실제로 주고받은 권리금의 금액은 총양도금액 1억 8천만 원 중 학원 임대차 보증금 9천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9천만 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실제 권리금 9천만 원을 기준으로 하여, 배상액을 감액한 것입니다. 사실상 권리금 중 2천만 원만 감액되고 대부분의 권리금을 돌려줄 것을 선고한 판결입니다.
위의 두 사건에서 보는 것과 같이 권리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영업장을 양도 양수하는 경우에 이 경업금지 약정을 넣을 것을 고려하는 것이 차후 분쟁의 예방을 위해 좋습니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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